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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셀프백일상, 대여냐 구매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글쓰는전업맘B 2020. 7. 15.

어느새 둘째가 자라서 백일이 지났다. 해서 얼마 전 집에서 셀프백일상을 차리고 시댁과 친정부모님만 모시고 소소하게 지냈다. 첫째 때는 모든 게 처음이기도 했고, 이사가 코앞이었고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많이 못 썼던 것이 아쉬웠어서 이번에는 같은 셀프백일상이어도 직접 챙겼더니 역시 다르긴 하더라.

 

첫째 때는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있는 백일상을 대여하는 식으로 진행했었고, 둘째 때는 필요한 것들은 구매하고 집에 있는 집기들을 이용해 백일상을 꾸며봤다. 각각 장단점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확실히 직접 챙기는 것이 마음에 더 들었다.

 

대여 백일상의 장점

1.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대여비 3~4만원 +떡, 케이크, 과일 별도)

2. 불필요한 짐이 늘지 않는다.

3. 잠깐 입고 안 입을 백일옷을 무료로 빌려 입기 편하다.

4. 신경 쓸 것이 별로 없다.

 

대여 백일상의 단점

1. 구성 또는 디자인이 의외로 딱 맘에 드는 게 별로 없다. (맘에 들면 비싸다)

2. 사용 후 반납이 번거롭다. (※ 그래서 요즘은 아예 판매하는 상품도 있는 듯!)

 

A to Z 셀프 백일상의 장점

1. 원하는 대로, 원하는 것들로만 꾸밀 수 있다. 

2. 가지고 있는 것들로 꾸미면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A to Z 셀프 백일상의 단점

1. 필요한 것들이 많으면 돈이 많이 든다. (예: 드레스, 접시, 현수막, 꽃 등등)

2. 신경 쓸 것이 많다. 

3. 센스가 부족하면 예쁘기 쉽지 않다.

 

이렇게만 보면 대여 백일상이 훨씬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뭐 대여 백일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세이브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요즘은 관련 업체들도 많아지고 콘셉트도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 같다. 하지만 4년 전 경험을 떠올려 봤을 때 막상 백일상 용품을 받아보면 생각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고, 무엇보다 드럼세탁기가 들어갈만한 거대한 박스에 용품들이 배송되어 오는데, 나중에 사용 후 반납하기 위해 다시 포장하고 보내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둘째의 셀프 백일상이 더 맘에 들었다. 일단 지난 첫째의 백일 사진이 너무 안 예쁘게 나와서 그런 것이 크다. (아무리 집에서 핸드폰으로 찍었다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고 막 찍었다ㅠㅠ) 시부모님이 계시다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급하고 그래서 사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찍기만 하고 후다닥 상을 치웠더니 결과물이 영 별로였다. 남는 건 사진뿐인데...

첫째 백일사진..음..뭔가 풍성하긴 한데...

그래서 둘째 때는 다른 사람들 백일상 이미지도 찾아보고, 우리집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것들만 최소한으로 구매해 꾸몄더니 훨씬 괜찮은 결과물(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신경 쓴 항목은 딱 아래 4가지다.

 

1. 배경 (파티커튼, 풍선, 가랜드)

2. 드레스 코드 (화이트)

3. 상차림 구성 (떡 3종, 과일 4종, 액자 2종, 화병)

4. 사진 촬영 (-> 요건 이번에도 실패ㅜㅜ)

 

결과적으로는 사진이 잘 나오기 위한 조건들을 신경 쓰면 될 일이다. 여건만 되면 조명과 카메라도 신경 써서 준비하면 아마 전문 스냅사진 못지않을 수 있지만, 거기까진 좀 어려웠고. 내 선에서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은 위의 4가지였다.
우선 배경. 우리집은 흰 벽만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가구가 둘러싸여 있..) 빈 공간이라곤 거실 베란다 창이 다였다. 그러나 거실에 따로 커튼을 달지 않아서 깨끗한 배경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고, 해서 고안한 것이 파티커튼이었다. 시트지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깨끗하게 붙일 자신이 없었고, 현수막은 빛이 역광으로 들어오면 안 붙이느니만 못해서.. 여튼. 파티커튼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콘셉트는 블링블링 파티가 생각났고, 요즘 많이 하는 심플하면서 모던한 느낌의 전통상이나 북유럽 감성 나는 분위기는 패스하기로 했다.

 

이런 거 예쁘긴 한데..ㅠㅠ (출처: 손수잔치 페이스북)

우선 컨셉은 블링블링 파티로 가는데, 또 너무 아메리칸 스타일은 부담스러워서 우선 컬러 톤만 맞추고(여름이니까 블루!) 너무 많은 장식은 피하기로 했다. 해서 결정한 것이 파티커튼, 100 풍선, 가랜드. 인터넷에 파티용품을 파는 곳에서 구입했고 다해서 2만 천 원 정도였다. (파티커튼 3개 11,700 + 풍선+가랜드 2종 9,700)

 
다음은 드레스코드. 지난번 가장 큰 패착은 드레스코드였다. 당시 아이만 챙기다보니 나와 가족들은 전혀 신경도 못썼다. 또 애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몸매고 얼굴이고 사진 찍을 맘이 요만큼도 없어 더 신경을 안 썼더니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사진만 남게 된 것이다. 여튼 그래서 이번엔 좋은 옷은 아니더라도 화이트로 드레스코드를 싹 맞추려고 미리 인터넷으로 내 원피스와 첫째 원피스를 주문하고 아이 아빠도 깨끗한 린넨 화이트 셔츠를 준비했다. 돈이 좀 들긴 했지만 옷은 나중에도 입을 수 있는 거니까. (나중에 가족사진 찍을 때 또 입어도 되고..)

마지막으로 상차림인데, 통일감과 분위기를 잘 맞추려면 집기부터 시작해 액자, 꽃 등 장식품까지 맞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걸 다 하려면 돈이 수십만 원 들 거기 때문에 그냥 최대한 집에 있는 것들로 준비했다. 어차피 접시는 안 나오고 거기에 담길 떡이나 과일들만 나올 테니. 대신 테이블 아래에 지저분하게 다리가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테이블보만 새로 준비했고, 예전에 만들어둔 아기 손발 조형물 액자와 스튜디오에서 찍은 50일 사진 하나 출력해 집에 있는 액자에 꽂아 장식했다. 사실 떡과 케이크, 과일만으로도 상이 잘 채워져서 장식은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현수막을 하지 않는 대신 우리 아이만의 백일임을 보이기 위해 케이크 토퍼를 주문 제작했는데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과일 2만원어치, 떡 3종에 5만 2천 원어치, 케이크 2만 원, 케이크 토퍼 8천 원,사진 출력에 3천 원(배포), 테이블보 9천7백 원 해서 대략 12만 원 정도에 상을 모두 차렸다.

사진은 남편 폰 카메라로 찍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시댁 식구가 와있다 보니 정신이 없고 괜히 맘이 조급해서 제대로 모니터링도 못하고 후딱 찍어서 준비한 것에 비해 좋은 사진은 많이 못 건졌다. 그래도 지난번보단 훨씬 결과물이 나아서 나름 만족했다.

아마 현재 휴직 중이 아니라 재직 중이었다면 이번에도 대여상으로 준비했을지 모른다. 참 귀찮고 일 벌이는 거 안 좋아하는 나지만, 역시 내 애를 위해 하는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거 같다.